[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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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내 세포치료제 강자들이 ‘자연살해세포’로 불리는 NK세포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NK(Natural Killer Cell)세포는 선천적인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 일종으로, 인체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면역세포로 불린다. 정상 세포를 구별해낸 뒤 암세포만을 찾아 공격하는 등 암세포 발생 증식과 전이를 막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또다른 면역세포로 T세포가 있다. 신체 면역계는 암 등 인체 안에서 이물질을 인식하면 면역세포에 출동 명령을 내린다. NK세포와 T세포 모두 외부 침입자를 요격하는 기능은 같지만 차이가 있다.

T세포는 평소에는 활동하지 않다가 본인이 경험한 항원만을 죽인다. 특정 암 덩어리만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NK세포는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무조건 요격한다. 모든 암 세포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현재 대부분 면역세포 치료제는 자신의 세포를 분리해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NK세포는 개인 맞춤형이 아닌 일반적인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NK세포를 이용한 항암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승인받은 사례는 없다. 

미국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지난 2020년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NK치료제 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B세포 림프종 환자 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2명이 완전관해(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상태), 1명이 부분관해를 보였다. 환자 표본수가 적긴 하나 객관적반응률이 75%에 이른다. 

GC셀 본사 전경 [사진: GC셀]
GC셀 본사 전경 [사진: GC셀]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NK세포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GC셀(지씨셀)이다.

GC셀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NK세포 치료제 ‘AB201’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AB201은 보통 T세포에만 붙이던 암세포 추적 역할을 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를 붙인 NK세포 치료제다. 암 가운데 유방암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수용체를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임상 1상 성적표는 올해 안에 공개된다. 지씨셀은 기존 요법이 듣지 않는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에게 AB101을 표적항암제 리툭시맙과 함께 투약하고 있다.

황유경 GC셀 세포치료연구소장은 “AB201은 아티바에 기술이전 계약을 이끌어낸 주요 파이프라인”이라며 “유방암·위암 등 고형암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NK+키트루다 동정적 사용으로 투여 받은 환자 치료 전후 모습 [사진: 엔케이맥스]
SNK+키트루다 동정적 사용으로 투여 받은 환자 치료 전후 모습 [사진: 엔케이맥스]

엔케이맥스가 개발 중인 NK세포치료제 ‘SNK01’은 현재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에서 6개 적응증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공개한 4기 비소세포폐암 임상 1/2상 데이터도 긍정적이다.

해당 임상은 1차 백금기반 표준치료에 실패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SNK01에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진행됐다. 용량별 안전성과 초기 잠재적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으로 대조군은 키트루다 단독 투여다.

유효성 평가 부문에서 치료군의 질병통제율은 66.7%로 키트루다 단독 대조군(16.7%)과 비교해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보였다. 전체 병용군 12명 중 암세포가 30% 이상 감소한 부분관해는 5명, 암세포가 증가하지 않은 안전병변은 3명으로 확인됐다. 

SNK01을 단독투여한 육종암 환자 7명 가운데 6명에게서 안정병변이 관찰돼 암 진행이 굉장히 빠른 육종암에서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육종암 임상 중간결과에서 완전관해 1명, 지난해 12월 SNK+키트루다를 동정적 사용으로 투여받은 환자도 완전관해가 추가로 나타났다”며 “엔케이맥스의 2022년 데이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셀바이오 연구진 [사진: 박셀바이오]
박셀바이오 연구진 [사진: 박셀바이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10월부터 업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가 개발한 NK세포치료제 ‘박스엔케이(VAX-NK)’ 임상 1상에 참여한 말기 간암 환자 11명 중 4명이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회사는 2010년 전남대 의대 임상 백신 연구개발사업단에서 분사해 설립된 항암 면역치료제 전문 업체다.

현재 말기암인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Vax-NK/HCC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첫 완전관해 환자가 확인됐고 지난달 기준 7번째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 연내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박셀바이오는 임상 2상을 마친 뒤 2023년 식품의약품약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20년 10억8100만달러(1조2700억원)인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49.1% 성장해 2026년 118억6000만달러(13조9400억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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