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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킬러’ 면역력 키우려면 하루 30분 햇빛 쬐자

빛 속에 담긴 청색광선, 면역 핵심 T세포 활성 
대표적인 면역력 지표인 체온 1도 떨어지면 30% 저하 
감염병 예방 10대 음식으론 현미ㆍ마늘ㆍ고구마ㆍ파프리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러스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ㆍ세균ㆍ외부 이물질 등이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몸 안에 들어온 적을 무력화시키는 힘이다. 이 때문에 ‘면역력=바이러스를 잡는 군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우선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을 높이려면 균형 잡힌 식사, 긍정적인 마음가짐, 충분한 수면ㆍ휴식, 규칙적인 운동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일 1억개가 넘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3,000만개의 항체를 가지고 있어 면역체계가 문제가 없다면 몸에 침범한 바이러스를 잘 이겨 낸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면 몸은 호중구(好中球)ㆍ대식세포ㆍ자연살해세포(NK세포)ㆍT세포ㆍB세포 등을 내세워 맞서 싸운다. 몸의 면역체계는 자연 면역(선천 면역)과 특정 병원체만 조준해 공격하는 획득 면역(후천 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호중구ㆍ대식세포ㆍNK세포)는 몸에 들어온 침입자를 발견하는 즉시 제거한다. 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세포를 검사해 이상한 세포는 제거하고 주변 면역세포를 모아 전투태세를 갖추게 한다.
선천 면역세포가 뚫리면 후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T세포와 B세포)가 나선다. T세포는 적군이라는 표식을 단 특정 침입자를 겨냥해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B세포는 T세포의 정보를 토대로 적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특정 항체를 만든다. 이들 후천 면역세포는 몸에 침입한 적을 기억한 뒤 나중에 같은 적이 쳐들어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압한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몸에서 생성된 암세포 등을 정확히 식별한 뒤 죽인다. 퍼포린을 분비해 적에게 구멍을 내고, 그랜자임 효소를 활용해 적의 DNA 정보를 교란해 자살을 유도한다. 또 사이토카인 물질을 분비해 다른 면역세포를 전투 현장에 불러모으고, 주변 면역세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NK세포는 ‘면역세포의 에이스’로 불린다.

하지만 ‘50세가 넘으면 몸의 면역체계가 취약해진다’(재닛 로드 버밍엄대 면역세포생물학과 교수)고 한다. 나이가 들면 몸속에서 항체가 줄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면역 노화’를 겪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 대상포진ㆍ수두 같은 전염병에 잘 걸린다. 실제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돼 목숨을 잃는 노인이 젊은 성인보다 3배가 넘는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특히 폐 앞쪽 흉선(胸腺)에서 만들어지는 T세포는 나이가 들면 적게 생성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면역력 저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지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호흡 시 잡음, 불규칙한 심장 박동, 짙은 색깔이나 악취가 나는 대변, 혓바닥에 설태가 끼거나 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했을 때, 감각기관이 갑자기 둔화됐을 때 면역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몸의 4대 건강신호(체온 호흡 맥박 혈압)의 하나인 체온(평균 36.5도)은 대표적인 면역력 지표이다.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가량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낮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몸의 열은 근육이 수축하며 만들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이 줄면 근육도 적어져 체온이 잘 떨어지게 된다. 젊다고 해도 운동량이 적으면 체온이 낮아질 수 있다.

스트레스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의 하나다. 스트레스는 안팎의 해로운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이다. 피로와 두통, 불면증, 근육통을 비롯해 기억력 감소, 불안, 우울증, 분노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엉덩이관절 골절ㆍ배우자 사별 등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서 면역력이 급감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뇨병ㆍ고혈압ㆍ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기저(基底)질환을 앓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등에 취약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동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NK세포의 활성도가 특히 떨어져 면역력 저하를 확인했다”고 했다.

◇햇빛을 자주 쬐고, 적절히 운동해야
면역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하루 20~30분 햇빛을 쬐어 비타민 D를 몸에 흡수하는 것이다.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D는 다른 영양소처럼 음식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햇빛을 통해 몸속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조지타운대 부속병원 제라드 아헌 교수팀은 “빛 속 청색광선이 인체 면역기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운동은 심장과 근육을 단련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높인다. 하루 30분 정도 활발하게 걸으면(brisk walking) 면역세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매일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주 3회 이상 40~50분 유산소운동에다 근력운동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중ㆍ장년층의 운동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백혈구 속 T세포를 늘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55~79세 중ㆍ장년층은 젊은이 못지않게 T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다음 날 피로할 정도로 무리하게 운동하면 면역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숙면도 면역력을 높인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헛말이 아니다.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이면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2.9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침대에서 보낸 전체 시간 중 실제로 수면을 취한 시간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면 효율성이 92% 미만인 사람은 98% 이상인 사람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5.50배 높았다. 수면의 질을 높이면 면역력도 향상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에도 강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수면 부족을 겪고 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식품을 섭취해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장에는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존재한다. 장내 면역세포가 활발히 기능한다는 것은 면역력이 좋아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방은 적게, 섬유소는 많이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 비중을 늘릴 수 있다.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를 복용할 때 발생하는 감염성 설사를 예방하며, 궤양성 대장염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금연도 필수적이다. 담배를 피우면 독감ㆍ폐렴ㆍ염증성 질병에 걸리기 쉽다. 니코틴은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는 호중구(neutrophㆍ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며 선천 면역을 담당) 능력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절주도 필요하다. 과음하면 세균을 퇴치하는 면역세포와 대식세포의 힘이 약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보드카를 4~5잔 마신 사람은 백혈구 수치가 낮아지고, 음주 후 5시간이 지나야 회복된다.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ㆍ비타민ㆍ미네랄 등 5대 영양소가 모두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도 필요하다. 흰 쌀밥보다 잡곡ㆍ현미 등을 섞은 잡곡밥이 좋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양팀은 “잡곡ㆍ현미에는 저항력을 높이는 성분이 포함돼 있고 비타민ㆍ미네랄ㆍ섬유질이 흰 쌀밥보다 많아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재래식 된장은 백혈구를 늘려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밖에 등 푸른 생선, 녹황색 채소, 버섯은 섬유질 비타민AㆍBㆍC 칼슘 칼륨 철분 등이 풍부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잘 숙성된 김치도 유산균을 많이 함유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와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면역력 증강식품 10가지를 선정했다. 면역력 증강식품 10가지에는 현미 마늘 파프리카 고구마 고등어 돼지고기 홍삼 표고버섯 견과류 요구르트가 꼽혔다. 이영은 대한영양사협회장(원광대 식품영양과 교수)은 “과학적으로 검증됐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 익숙한 식품을 위주로 선정했다”며 “예방과 자연 치유력, 즉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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